타블로와 Pe2ny
<첫번째 이야기 : ETERNAL MORNING>
쥬크온> 반갑습니다. 우선 자기소개 간단히 부탁드리겠습니다
타블로) 저는 에픽하이의 삼분의 일 타블로, 그리고 이터널모닝의 반쪽 타블로입니다.
페니) 저는 에픽하이 친구들과 같이 작업하기도 했는데 워낙 오래전부터 친구이기도 했구요. 이번에 이터널모닝으로 함께한 페니라고 합니다.
쥬크온> 에픽하이앨범에서 같이 작업을 하기도 했지만 이번에 두분이서 같이 프로젝트를 하게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타블로) 그냥 에픽하이 작업을 안할때도 거의 녹음실에 같이 있어요. 다른 가수들의 곡을 만들때도 많은데 일주일에 거의 5일정도는 작업실에 있는 것 같아요. 거기서 있다보면 곡작업 하면서 재미로 이런저런 곡을 만들때도 있어요. 그렇게 지내다가 어느날 둘이서 재미로 '같이한번 해볼까?' '평상시 좋아하던 인스트루맨탈 앨범을 해보는건 어때?' 그날 밤 고기먹으면서 팀이름 정하고, 그러면서 시작을 하게 되었어요.
쥬크온> 이번 앨범이 '존재하지 않는 영화들의 OST'라는 표현을 했는데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면 될까요?
페니) 인스트루맨탈 음악이란것이 제목을 들으면 상상하게 되잖아요. 이것을 좀 더 심화해서 재밌게 하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하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근데 블로가 글쓰는 것을 워낙 좋아해서 가상의 시나리오를 쓰고 곡 작업을 한번 해보자고 했거든요. 팀이름 정하고 블로가 그 다음날 몇개의 시나리오를 저에게 줬어요. 그것을 토대로 가상의 영화음악을 만들기 시작했던 거죠.
타블로) 영화의 다양한 장르가 다 들어있는 진짜로 없는 영화의 OST가 되어버린거죠.
쥬크온> 장르가 다 다르다면 액션도 있을 수 있고 멜로도 있을 수 있겠군요?
타블로) 판타지, 에니메이션, SF, 공포, 로맨틱코미디등 다양하게 다 있어요
"온전한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조금 낡은 느낌의 표현방식을 더 좋아해요."
쥬크온> '미약함과 위태로움이 이번 앨범의 큰 테마'라는 글도 봤는데요 이건 어떤 의미인가요?
타블로) 그말은 약간 우리들의 음악관 같아요. 저희는 둘이 따로든 같이든 일반적으로 봤을때 삐걱거린다는 느낌의 음악을 하는 것을 좋아해요. 그래서 일반적으로 깜끔한 것이 좋다라는 생각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음악적으로 깔끔하고 깨끗하게 들린다는 것에 전혀 관심이 없거든요. 오히려 온전한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조금더 낡은 느낌의 표현방식을 더 좋아해요. 너무 표본적인 음악을 별로 안좋아하고 그런면에서 완벽한 블록버스터스타일의 영화가 있다면 우리는 저예산스타일 이랄까요?
페니) 가장 중요한 것이 자연스러움을 중시해서 만들었어요.
쥬크온> 그렇다면 잼형식으로 작업을 하기도 했겠군요.
페니) 네. 즉흥적이었어요. 작업은.
쥬크온> 앨범의 시작은 'Eternal morning(영원의 아침)'이지만 끝은 'Eternal mourning(영원의 애도)'입니다. 어떤 연관성이 특별히 있는 것인가요?
타블로) 간단하게 말해서 'Eternal mourning'에서 그 뜻을 가지고 'Eternal morning'로 바꿔서 팀이름을 정했어요. 영원한 아침과 영원한 애도와의 연관성, 삶과 죽음?? 그렇게 단순하게.. 우리가 생각하는 영원한 아침은 죽은 다음의 아침이라 생각해요. 천국이 영원한 아침일 것이라 생각하는 거죠.
쥬크온> 앨범전체적인 느낌을 그렇게 다가가면 될까요? 아니면 각각의 곡들을 따로?
타블로) 각각 따로인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 묶어서 보기보다는.
페니) 각각의 따로인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작업한 것중 하나가 앨범의 전체적인 흐름을 볼때 곡마다 의미적으로 약간씩 연결시키기도 했어요. 각각의 단편영화들이 모여서 하나의 장편영화에 담겨있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죠.
쥬크온> 어떻게 보면 한편의 옴니버스영화라고 볼 수도 있겠군요.
타블로) 예. 그렇게 볼 수 있겠죠.
쥬크온> 각각의 제목은 어떻게 정해지게 된거죠?
페니) 블로가 시나리오를 저에게 주었을때 다 제목이 없었어요. 전부 제목없는 글만 있었죠.
타블로) 제목은 앨범작업이 다 끝난다음에 정했어요.
쥬크온> 아직 음악을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제목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왠지 몽환적일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앨범의 전체적인 색깔이랄까요. 그것이 궁금하기도 한데요.
페니) 다른 앨범을 작업할때는 항상 색깔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대답을 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장르도 확실하게 말하기가 힘들고 색깔또한 확실하게 설명하기가 힘들어요.
타블로) 저도 정확히 뭐라고 말할지 모르겠어요.
페니) 우리가 하고 싶었던 음악이지 장르에 국한되고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타블로) 전반적으로 몽환적인 것 같기는 해요. 하지만 몽환적으로 하려고 한것은 아니에요. 설명하기가 뭐랄까..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쥬크온> 이번 앨범의 추천곡이 있다면요?
타블로) 일단 타이틀곡이 'White'로 정해져 있어요.그래서 그곡을 추천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앨범에 타이틀곡이 있다는 것이 말이 안되요. 이 앨범의 특징이 모든 곡을 다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아요. 어떤 사람에게는 어떤 곡이 좋을 것이고 어떤 곡은 정말 싫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추천하기가 애매하다고 할까요? 자신의 취향에 따라, 좋아하는 느낌에 따라 앨범을 듣게되고 또 그러다보면 사람마다 느끼는 것이 정말 다를 것 같아요.
"서로 좋아하는 코드,흐름을 상상하면서 틀을 잡고,
그러한 것을 둘 사이에 주고받으면서 새로운 색깔이 나오는거죠."
쥬크온> 아까도 잠시 언급했지만 잼형식으로 즉흥적인 작업할때 가장 좋은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페니) 일단 둘다 자신만의 색깔이 있잖아요. 서로 좋아하는 코드,흐름을 상상하면서 틀을 잡았던건데 그러한 것을 둘사이에 주고받으면서 새로운 색깔이 나오는거죠. 제가 하지 못했던 것, 혹은 제가 부족했던 것이 채워지면서 같이 상승작용을 일으켰는데 굉장히 재밌는 작업이었어요.
쥬크온> 가사가 없는 이유가 듣는 사람의 상상에 맡긴다는 의미일 수도 있을까요?
타블로) 맨처음 만들려고 한 것이 인스트루맨탈음악이었기 때문에 가사를 쓰고 안쓰고는 생각할 필요가 없었어요. 그런데 처음에 사람들에게 설명하기가 힘들었죠. 이게 우리나라에서만 그런것 같기도해요. 다른 나라에서는 인스트루맨탈음악을 만든다고하면 아무도 특이하게 생각 안 할 것 같아요. 가사가 없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는 그런 상황이 되어버려서 더욱더 사람들에게 설명하기가 힘들었던 것 같아요. 특별한 의도는 없었어요.
쥬크온> 사람들은 타블로가 랩을 하니까 기대를 했던 것 같기도해요.
페니) 그것이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물어보고 그랬던 것이기도해요.
타블로) 근데 그렇게 하려고 했으면 그냥 에픽하이로 활동했을 거에요. 굳이 다른 존재를 만들어서 할 필요가 느껴지지는 않거든요.
페니) 사람들은 바라는게 다들 있잖아요. 블로는 랩을 해야하고 히트곡을 만들어야하고, 저는 힙합음악을 해야만 매니아들을 충족시켜줄 수 있고,, 어떻게보면 둘에게는 안식처같은 팀이에요. 그런요소들을 신경쓰지 않고 하고싶은 음악을 마음껏 할 수 있으니까요.
쥬크온> 이번 앨범작업을 하면서 혹시 모델로 삼은 아티스트나 음악은 있나요?
타블로) 시작할때는 있었는데 그게 시작하자마자 없어졌어요. DJ Shadow나 몬도그로소등이 머릿속에 있기도 했는데 시작하자마자 이게 소용이 없겠구나 싶었던 거죠. 우리가 생각하고 만든 음악이 그들의 음악과도 너무나 달랐기에 누구 한명을 생각할 수도 없었어요. 그래서 신경을 안썼죠.
쥬크온> 사실 잼형식의 작업이라고 해서 재즈의 영향도 생각해 보기도 했거든요.
페니) 재즈적인 진행이 있는 곡도 있어요. 하지만 재즈의 틀로 작업한 곡은 없어요.
타블로) 우리가 재즈뮤지션이 아니니까요.
페니) 그분들께 예의가 아닌 것 같아요. 클래식적으로 작업했다고해서 클래식이 아닌 것처럼.
타블로) 재즈나 클래식이라는 단어를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쉽게 말하는 것 같아요. 절대로 쉬운장르가 아니라 무거운 장르인데 그런 단어들을 얘기함으로서 그들의 음악이 좀 더 고급적으로 느껴지게 되기도 하고, 사람들이 재즈하다 클래식하다 이런단어를 쉽게 쓰는 것 같은데 그래서는 안될 것 같아요. 여태까지 현대음악 하시는 분들중에 클래식한다고 한 음반중에서 제가 듣고 클래식이라고 느낀 음악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도 그런 것을 원하지도 않고 그런음악을 한다는 생각도 안해요. 이것은 우리만의 음악이고 또 거기서 그런 요소를 발견할 수는 있겠지만 그런 의도는 전혀 없었어요.
페니) 그런요소들은 애초에 의도에서 지우고 시작했어요. '재즈하게 가보자' '클래식하게 가보자' 하는 것을 말하는 것 자체를 꺼려하고 그쪽에 전문가도 아니구요.
타블로) 우리가 아는 것만 하는거죠.
<두번째 이야기 : Pe2ny>
쥬크온> 과거 <Soul Chamber>로 활동을 할때는 랩을 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왜 안하시는지요? 차분한 랩을 좋아하했다는 팬들도 여럿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페니) 랩은 전혀 생각이 없어요. 일단 가장 큰 이유는 못하니까 안한것이구요. 지금하는 작업들이 너무나도 좋아요. 누군가의 앨범 뒤에서 지원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한 일이죠. 또한 음악을 시작할때부터 만드는 것이 너무 좋아서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내가 만약에 랩을 너무 잘해서 아직까지 하고있다면 안좋은 점이 오히려 많았을 것 같아요. 나를 만드는 것과 남을 만드는 것이 많이 틀린 것 같아요.
쥬크온> 에픽하이를 비롯해서 수퍼맨아이비, IF, 키비 등 여러뮤지션과 함께 작업을 했는데 보통 프로듀싱을 하는 프로듀서의 색깔이 앨범전체의 분위기를 잡는 경우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방금 제가 말한 뮤지션들의 경우 느낌이 비슷할 수도 있지만 각자의 개성또한 강하기도 한데요. 이러한 뮤지션들과의 작업에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페니) 지금말한 친구들은 저에게 작업을 의뢰를 할때 모두 항상 말하는것이 '형의 음악을 같이하고 싶어요'하면서 부탁을 해요. 딱히 그래서 그 친구들을 위해서 이렇게 해야겠다 저렇게 해야겠다 생각하며 작업을 한적은 한번도 없어요. 제가 하고싶었던 것을 그 친구들과 같이 한것이지 작업하면서 특별히 염두하고 그랬던 것도 없었던 것 같아요.
쥬크온> 혹시 그렇다면 '나는 이런것을 원한다'라고 하면서 작업을 누군가가 의뢰한다고 가정한다면 어떨까요?
페니) 전 그럼 안해요. 그런분들이 되게 많았어요. 어느정도 올라가 있는 친구들도 있고 밑에서부터 시작하면서 하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형 좀 대중적인것이 필요해요' '이렇게 한번 작업해봐요'하거든요. 그런작업은 전혀 안해요.
"지금하는 작업들이 너무나도 좋아요.
누군가의 앨범 뒤에서 지원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한 일이죠."
쥬크온> 2001년 인스트루맨탈 음악을 담은 앨범인 <Journey Into Urban City>를 발매했었는데 그때의 음악과 <Eternal morning>과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페니) 공통점은 연주곡이라는 것이 공통점이구요. 차이점이라면 그때의 음악을 지금들어보면 부끄러워요. 그때는 풋풋한 그런면이 있기도했지만 이번에는 음악적으로도 좀 더 나이를 먹은 것 같아요.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요.
쥬크온> 대학교때 미술을 전공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타블로) (놀라며) 미술전공했었어?진짜?
쥬크온> 두분 친구분 아닌가요(웃음) 미술을 전공한 것이 음악에 도움이 되나요?
페니) 저는 미디어미술을 전공하긴했는데 단지 진학을 위해서 했던 것이라서... 지금은 전혀 미술과 관련이 없어요. 창조한다는 점에서는 미술과 음악이 같지만 저에게 크게 영향을 준 것은 없는 것 같아요.
쥬크온> 음악작업은 그럼 언제부터 하신거죠?
페니) 대학교때 혼자서 시작했어요.
쥬크온> 저도 한번 시도해보려다가 못한적이 있었는데.. 독학을 해보면 어떨때 가장 힘든가요?
페니) 독학이라 하는 것의 문제가 어느단계까지는 재밌지만 어느순간 막히는게 가장 힘들어요. 저는 그때 다행히 언더그라운드 활동을 하고있었던 상황이라 형들 작업실에서 1주일도 넘게 같이 살면서 어떻게 하는지, 흐름은 어떤지 등을 배우고 그랬거든요. 독학은 막힐때가 역시나 가장 힘든 것 같아요.
쥬크온> 독립레이블인 <Hadlicka>를 운영하기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페니) 운영은 아니고 원래는 제가 인스트루맨탈 앨범이나 재밌는 일들을 많이 해보려고 했었는데 군입대를 하면서 그만두었어요. 그래서 운영은 안했구요 잠시 만들었을 뿐입니다.
<세번째 이야기 : Tablo>
쥬크온> 과거 에픽하이의 음악, 그중에서도 4집을 예로 들어보면 개인적으로는 'Fan'이나 'Love Love Love'보다는 '희생양''피해망상pt.1''실어증'같은 곡들의 가사가 저는 타블로씨를 개인적으로는 잘 모르지만 왠지모르게 좀 더 타블로답다고 해야할까요? 그런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타블로) 그건 맞는 것 같아요. 사실상 제 노래들중에서 대중적으로 히트한 곡들도 가사를 보면 다 같은 맥락이에요. 'Fan'도 굉장히 삐뚤어진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광적인?스토커적인?그런것들을 다루고 있구요 'LoveLoveLove'도 비판적으로 사랑의 추억을 되살리는 이야기고, 'Fly'도 '여러분 희망을 가지세요'라는 포장안에 사실은 '희망을 가질게 없으니까 희망을 내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잖아요. 이제 당신은 끝났다. 뭐 약간 이런식이기도한데 제가 쓰는 가사들은 많은 생각을 안하고 느끼는데로 쓰거든요. 그런데 항상 그런식으로 나오는 것 보니까 제가 그런것들이 좋은가봐요.
쥬크온> 곡자체 느낌이나 분위기때문에 사람들 느낌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닐까요?
타블로) 듣는사람의 차이인 것 같아요. 저의 곡들은 제가 봤을때 다 비슷한 분위기거든요. 속도가 느린것이 있고 빠른게 있을 뿐이지 다 비슷한 것 같아요. 멜로디는 물론 다 다르다해도 'Fan'의 경우에도 박자를 다빼고 느리게 들어보면 굉장히 우울하거든요. 'LoveLoveLove'도 마찬가지구요. 제 음악은 신날수는 있어도, 앞으로는 더더욱 그럴 것 같기도 한데 밝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쥬크온> 개인적으로는 '평화의 날'도 좋아합니다.
타블로) 그때는 옛날이라서 그 당시에는 희망적인 코드가 제 안에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평화의 날'끝나고 'Fly'이후부터 그런면이 없어진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곡을 잘 못만들어요. 그 이후로는..
쥬크온> 내년에 나오는 에픽하이 5집은 어떤가요?
타블로)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그냥 밝지는 않아요.
쥬크온> 4집때는 많은 곡작업을 하고나서 컨택된 곡들말고는 다버린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5집도 많은 곡작업을 해놨나요?
타블로) 한 100곡은 만들었어요. 그중에 다시 또 만들고 만들어야죠.
쥬크온> 앞으로도 계속 에픽하이를 제외한 여러 다른 뮤지션들과의 프로젝트활동을 통해 자신의 음악을 보여줄 건가요?
타블로) 사실 이터널모닝은 느다없이 '우리끼리 하자!' 그렇게 얘기가 나와서 하게 되었어요. 사실 프로젝트가 하나 더 있어요. Nell의 김종완씨와 둘이서 <보더라인>이라는 팀을 만들었어요. 사실 어떻게 보면 종완씨가 우리앨범에 참여했던 곡들은 보더라인곡이기도 해요. 그것도 언젠가 조만간에 같이 앨범으로 활동할 생각이고 이터널모닝도 계속하고 싶어요.
페니) 너 나랑 피곤하다고 했잖아.(모두웃음)
타블로) 에픽하이가 가장 핵심이겠죠.
쥬크온> 얼마전에 심수봉씨와 작업을 같이 하기도 했는데요. 심수봉씨와의 작업은 어땠나요?
타블로) 힘들었지만 좋은 의미로 힘들었어요. 제가 사실 다른 분들의 작업을 할때 그분들의 자유를 그렇게 허락하는 편이 아니거든요. 하지만 심수봉선배님같은 경우에는 아무리 제가 작곡을 했다 하더라도 사실상 뭐라고 얘기를 할 수가 없었어요. 워낙에 뛰어나신 것도 있었고 그래서 그곡은 선생님께 그냥 맡겨버렸어요. 그렇기때문에 더 좋은 결과가 나왔던 것 같아요. 이 작업을 하면서 작곡을 하는 것에 대해서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항상 자신을 위해서 작업했었는데 남에게 곡을 줄때는 사실상 그 곡이 저의 손을 벗어나는 순간 그 사람의 곡이 되는 것 같아요. 그 사람에게 맞춰주어야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그때 들었어요.
쥬크온> 그럼 김장훈씨의 경우는 어땠나요?
타블로) 장훈이형 할때와 심수봉선배님과 할때랑 노래는 같아도 굉장히 다른 노래가 만들어졌어요. 장훈형은 '무너진남자'의 감성을 너무나도 멋지게 표현해주셨고, 심수봉선생님은 여자의 잔잔한 '한'을 표현해 주신 것 같아요. 그래서 제 생각에는 노래는 가수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곡가는 캔버스만 준비해 주는 거죠.
쥬크온> 이번에 MKMF시상식을 보니까 앨범판매량도 올해 많기도 했지만 올해의 앨범상을 타고나서 감격스러운 표정을 보이기도 했는데 사실 그런 표정을 보인것이 의외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타블로) 아니 왜요? 저는 우리에게 상을 줬다는 사실에 감격했어요. 시상식이 받아야될 사람들에게 안주기로 유명하잖아요? 그래도 열심히 하는 사람한테 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어요.
"열심히 하는 사람한테 상을 주었구나' 라는 생각에 감격했어요!"
쥬크온> 생각해보니 레드카펫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타블로) 예.했었죠. 더이상 앨범 잘만든 사람에게 상주는 시대가 아니라고, 그래도 상을 받게 되면 그사람들이 주던말던 그런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좋아하고 들어주었기 때문에 후보라도 오를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해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사실에 있어서는 되게 감동적이에요. 작업실에서 힘들게 했던 무엇인가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간다는 것이 고맙습니다.
쥬크온> 우리나라에서 힙합을 한다고 알려진 아티스트중에서는 가장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아티스트가 타블로라고 생각합니다. 그때문인지 뭐랄까, 매니아적인 심리라고 할까요? 에픽하이의 1,2집때를 기억하는 팬들은 3집이 나오면서 '에픽하이가 변했다'라는 식으로 비판하는 팬들도 있었습니다.
타블로) 비판이 아니라 비.난.을 했죠. 그런것에 대해서는 더이상 생각을 안하는 것이 벌써 2년, 3년전 이야기라서...4집이 나오면서 매니아들의 지지를 정말 많이 받았다고 생각해요. 그분들의 힘 없이 이렇게 크지는 못했을 거에요. 에픽하이가 무명에서 유명을 거치고, 힙합에선 여태까지 보기힘든 시도들을 꾸준히 했기에 처음에는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점이 많았었어요. '얘네들이 하고 싶은 것은 뭘까 과연?' '이래도 되는거야?' 그런건 어느정도 이해해요, 저도. 그러다 4집이 나온후엔 욕을 하던 사람들도 다시 우리를 서포트하더라구요. '좋은 음악은 누구에게나 좋은 음악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솔직히 얘기하면 욕을 해도 상관없어요. 누구에게 칭찬받으려고 음악한적도 없거든요.
쥬크온> 최근 영화'판타스틱자살소동', 그리고 예전에는 시트콤에 출연하기도했는데 음악과 연기를 병행할 생각도 있나요?
타블로) 관심은 있어요. 하지만 연기자가 되고싶어서 연기를 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하게 된다면 평범한 오락영화는 하고싶지 않아요. 정말 제대로 된 영화들. 제가 참여해서 그것의 일부분이라도 될 수 있다면 영광될 것 같고 평생 남을 것 같아요. 만약 어떤 감독이 저에게 와서 시나리오를 읽어보라고 해요. 근데 영화가 괜찮아요. 그런데 또 감독이 정말 저를 케스팅하고 싶어해요. 그럼 열심히 하겠죠.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애니밴드..다들 음악을 들으면 바로 어떤 느낌을 원하는지 바로 파악하는 실력자들이라 편하게 즐겁게 작업했어요."
쥬크온> <애니밴드>작업은 어땠나요?
타블로) 애니밴드나 에픽하이 작업이나 별반 차이가 없었어요. 제가 작곡과 편곡을 하면 시아준수씨나 보아씨가 일본에서 한국으로와서 녹음을 하고가고 진보라씨가 와서 녹음하고가고, 그런 작업이었기때문에 에픽하이작업할때도 항상 같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작업할때는 다른 사람들이지만 또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불편한 작업도 아니었고 재밌고 빨리 진행되었어요. 또 잘하니까요 다들. 딱 들려주면 바로 알고 어떤 느낌을 원하는지 잘 알아서 편하게 작업했어요.
<네번째 이야기 : Tablo & Pe2ny>
쥬크온> 정말 하고싶은 음악은 어떤 것인가요?
타블로) 정말정말 멋진 음악?
페니) 정서에 맞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힙합이라는 작법을 사용해서 하는 음악인데 한국정서에 맞는 음악을 하고싶어요.
쥬크온> 맨처음 직접사서 들은 음반을 기억하나요?
타블로) Nas의 <Illmatic>. 그리고 유재하선배님.
페니) Eric B. & Rakim
쥬크온>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있다면 누가 있을까요?
타블로) 저는 조용필 선배님. 서태지 선배님.
페니) 힙합쪽으로는 Pete Rock, Primo, Hi-Tek등 그런류의 뮤지션을 좋아해요. 아직도 많이 듣구요.
타블로) 아, 그리고 저도 모르게 운명한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Kurt cobain, J-Dilla, 2Pac같은 사람들.
쥬크온> 요즘 많이 듣는 음악은 어떤 음악인가요?
타블로) 페니꺼?하하 농담이구요. 저는 90년대 음반들을 다시 모으고 있어요. 책까지 사기도 했구요. 제 생각에는 90년대 음악이 가장 좋았던 것 같아요. 지금 음악과 비교가 안되는 것 같기도 하고.. 다시듣기 시작했는데 이상은선배님같은 분들의 음악을 들으면 믿어지지가 않아요. 10년이나 지났는데 요즘음악보다 더 세련되고 깊이가 있거든요. 제 아이팟을 보면 90년대 음악으로 가득차 있어요. 넥스트, 서태지와아이들, 토이, 듀스, 015B,..그냥 최고였던 것 같아요. 최고. 들으면서 많이 울고있어요. 아.그때 음악할걸...그런데 그때 할 기회가 있기도 했어요. 김건모선배님 노래작사를 한적이 있거든요.
쥬크온> 정말요? 어떤 곡이죠?
타블로) 5집때 'Rainy Christmas'라고 있었어요. 그때 약간 눈뜨기 시작했는데 공부를 하는바람에...그때 음악했었어야해요. 사람들이 정말 음악을 들었을때!! 진짜 그때는 목숨걸고 들었잖아요!!
"힙합이라는 작법을 통해 한국정서에 맞는 음악을 하고싶어요."
쥬크온> 중고등학교때 CD도 다들 많이 사기도하고,
타블로) 그땐 정말 진지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음악을. 근데 다시는 안돌아올 것 같아서 참 안타까워요. 그 좋을때 음악할 걸, 어렸더라도, 못하더라도, 억지로라도 해볼걸.
쥬크온> 자주하는 질문이고 자주 받는 질문일수도 있을텐데 샘플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타블로) 일단 샘플링과 표절을 확실히 구분했으면 좋겠어요. 구분이 확실하게 안되어지다보니까 힙합쪽에 계신 프로듀서나 작곡가분들이 '아 이제부터는 샘플링을 자제해야겠다' '샘플링을 하면 덜된 음악이다.'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데 그렇게 말하면 힙합음악전부를 욕하는 셈이기도 하거든요. 힙합역사를. 그게 굉장히 중요해요. DJ가 옛 LP들을 뒤져서 옛날 음악을 약간 고고학처럼 그렇게 다루는 것이 힙합의 과학이기도한데 그것을 부인하는 것은 제가볼때 아닌것 같아요. 저같은 경우에는 샘플링을 안하고 키보드로 작업을 하는데 가끔은 샘플링을 하는 곡들도 있어요. 샘플링을해야 나오는 그 느낌이 또 있거든요. 근데 사람들은 마치 제가 샘플링작업을 안하니까 '타블로봐라 샘플링안하고 곡을 만들었다'라고 박수를 쳐주기도해요. 그런데 저는 샘플링을 안하고 이만큼 만든다 그런말 들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제 스타일이 있을 뿐이거든요. 듣는 사람들이 음악자체를 먼저 봐야하는데 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먼저보고 평가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건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의 권리죠. 서로 존중을 하지 않으면 하나의 문화가 괜히 저급문화취급을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일단은 표절하는 사람들이 샘플링을 핑계로 삼지 않았으면 좋겠고 또한 샘플링을 안하고 음악을 만든 다음에 샘플링한 음악보다 더 뛰어난 음악을 만든것처럼, 마치 노력에도 더 위대한 노력이 있다는 생각을 안했으면 좋겠어요.
쥬크온> 외국의 경우, 예를들면 Kanye west의 샘플링은 예술이다 하면서 정작 우리나라힙합의 샘플링자체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아요.
타블로) 그게 웃긴거죠. 이중잣대로 그렇게 평가하는건 아니에요. 외국사람들이 하면 무조건 멋있고 우리나라사람들이 하면 별로라고 한다던지하면 우리스스로의 음악을 좀 과소평가하게 되는 경우가 되는거죠. 또 괜히 외국사람이 자기곡에 피쳐링하면 뭔가 있어보이고, 그런것들은 잘못된 인식같아요. 지금 우리나라에서 음악하는 분들중에 제가봐도 외국음악보다 더 뛰어나고 훌륭한 뮤지션도 많거든요. 정말 국내라는 이유하나만으로 저평가를 받아야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어요.
쥬크온> 현 음반시장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요?
타블로) 안타깝지만 신경안쓰고 노력하면서 음악하려고 해요. 좋은 음악을 만들어야 하는 것 같아요.
쥬크온> 하지만 좋은음악을 만들어도 팔리지 않는 것이 현실인 것 같아요.
타블로) 커피파는 곳은 굉장히 많고 음반가게는 정말 없잖아요. 근데 커피한잔한잔이 꽤 비싼데 그게 기가막혀요. 뭐냐면 어떻게 몇년동안 열심히 만들어낸 음악이 담긴 CD와 커피한잔의 가격이 비슷한데 커피는 하루에 몇잔씩 사마시기도하면서 음반에 쓰는 돈은 아깝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그것을 우리가 어떻게 바꿀 수 있다면 과감히 어떻게 해서라도 바꾸겠지만 뮤지션들은 그런 것들을 신경안쓰고 꾸준히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쥬크온> 뮤지션으로서 혹은 한 사람으로서 꿈이 있다면?
페니) 5년앞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하지만 지금하는 것처럼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하고 있는데 그러면 주변에서 그런말을 하잖아요.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가지면 피곤하다' 그런데 저는 지금 너무 좋거든요.
타블로) 저도 별거 없어요. 이터널모닝작업을 하면서 일본에 잠시 있기도 했었는데 그때 그곳에서 엄청 작은 곳인데 LP판을 DJ가 틀어주고 사람들이 앉아서 음악듣는 곳이 있었어요. 전 돈을 많이 못벌어도 되니까 그런 공간이 있어서 사람들이 음악도 듣고 우리가 음악도 틀고 그런 것들이 유지만 될 수 있다면 그냥 그곳 안에서도 계속 있다가 늙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 그런식의 삶이 꿈인 것 같아요.
쥬크온> 앞으로의 활동은 어떻게 되나요? 12월4일의 쇼케이스가 처음이자 마지막 활동이라고도 했는데요.
페니) 이 앨범을 회사쪽에서도 홍보나 기획을 하면서 이런앨범을 낸다고 그러면 당황을 한데요. 사람들이 가사가 없다고. 활동을 시작하자마다 끝낸다는 것은 멋있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현실같아요.
타블로) 이미 이것을 라디오에서 안틀어주겠다는 분들도 많아요. 직접 스튜디오에 나오면 틀어주겠다. 가사가 없는 음악이니까. 어느정도 이해는 해요. 뮤직비디오도 가사가 안나오고 영상만 나오니까 안틀어주겠다는 분들도 많죠.
쥬크온> 다른 계획이 있다면요?
타블로) 저는 에픽하이 앨범이 내년에 5집이 나오구요. 페니는 컴플레이션 앨범을 기획 중이에요.
페니) 네. 컴플레이션 앨범의 기획은 정해진 상태입니다.
타블로) 참여진중 에픽하이는 확정이구요(웃음)
쥬크온> 힙합은 무엇이라고 말 할 수 있을까요?
타블로) 하나의 장르를 설명한다는 것은 불가능 할 것 같아요.
쥬크온>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타블로) 앨범사주세요!!(모두웃음)
페니) 앨범팔려야 됩니다!!
타블로) 크리스마스때 서로 앨범을 사서 서로 선물로 주면 좋겠어요.
(페니에게) 내생각에는 우리가 천장그냥 찍어서 우리가 직접 파는 건 어떨까?
페니) 금색으로 달아서?(모두웃음)
쥬크온> 인터뷰 수고하셨습니다!
타블로,페니) 수고하셨습니다!